문명의 붕괴 - 10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김영사
최근 들어서 환경에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환경 변화가 문명을 파괴시킬 정도로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게 사실이다.

왜냐하면 환경 변화는 대개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환경의 변화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체감하기에 인간의 수명 70~80년은 그리 길지 않다. 오랜 기간에 걸쳐서 여러 세대가 환경에 가해 행위를 해오고 피해가 누적되어 어느날부턴가 더이상 인간의 생존에 적합치 않은 불모지가 되어버린 사례를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르완다 내전과 학살"에 대한 부분이 관심을 끄는데, 그리 멀지 않은 비교적 최근에 발생했던 사건이었고 이 문제가 현대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구 증가에 비해 식량 자원의 생산이 턱없이 부족해지자 르완다의 전통 가족 모델이 해체되며 갈등이 고조되고, 내전이 갈등에 불을 붙여 대학살이 종족 분쟁 이전에 "토지 재분배의 기회"가 되어버린 비극의 현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사례를 언급하며 홋카이도에 살던 아이누족에 대해 다루기도 하는데, 원래는 일본과 별개의 나라(?)였지만 일본과의 무역을 통해 활용 가능한 자원을 모두 일본에 팔아버린 후 독자적인 생존이 불가능해지자 자연스럽게 일본에 점령, 편입되어버렸음을 말하고 있다.

이 대목은 마치 일제 강점기 한국을 연상시키는데, 1900년도에 일본이 빠른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일본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게 유지시켜야할 필요가 있었고 자연히 물가 인상을 억제해야했다. 이런 필요와 사정때문에 조선에서 쌀을 싼값에 대량으로 가져다가 일본 노동자들에게 공급해서 빠른 경제 성장을 도모했는데, 만일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해방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자원 수탈을 당했을 것이고 아이누족처럼 일본으로부터의 독립은 꿈도 꾸지 못했을 듯 싶다. (환경 문제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이지만 아이누족의 사례는 한국의 경제 발전에 일본의 도움이 컸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의 허구성을 드러내는데 활용될만하다.)

이제 5월인데 아직도 한밤중이면 입김이 서릴 정도로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는걸 보면 이 책에서 말하는 문명의 붕괴가 현실화되지는 않더라도 지구인들의 일상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게 될 날도 멀지 않아보인다.

이 책에서 언급한 과거의 사례들처럼 "모르고 당하는" 입장은 아닌듯 하지만 과연 "인지하고 분명한 해결책을 내놓고 이를 관철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당장의 이익에 목숨을 거는 다국적 기업들과 자국의 경제 발전을 염두에 두는 현실에 매몰된 정치 세력들이 지구촌 곳곳에 비일비재하다.

이들이 주류세력으로서 굳건히 자리잡고 있는 한 인류의 문명은 이스터섬과 같은 파국을 맞이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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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e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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