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문명 - 정수일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
이슬람 관련 서적을 읽어본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대체로(한 93%) 무신론자인지라 종교 서적은 거의 볼 일이 없음에도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건 심심하면 간간이 터지는 자살폭탄 테러에, 무자비한 중동의 근본주의자들(탈레반), 명예살인 등 시대에 뒤떨어진 중동의 모습에 대해 이해를 얻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문득 든 생각은 아니고 9.11 테러 이후, 이라크 전쟁을 거치며 전세계적으로 터져 나온 이슬람 사회의 공격성을 보며, 분명히 서구 중심의 미디어가 현상을 왜곡해서 진단하고 있겠지만, 모든 것을 전부 미디어 탓으로 돌리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간간히 해오던게 계기가 된 듯 하다. 위에 나열했듯이 내 머릿속에 자리잡힌 중동의 이미지란게 죄다 저런 것들인지라, 내 스스로 미디어의 영향력과 이슬람 세계 자체의 한계성 사이의 분명한 경계를 그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책을 읽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무 엇보다도 "문명으로서의 이슬람 세계"와 "종교로서의 이슬람 세계"를 나누어 보는데 있어서 어느정도 기준을 마련한 듯 하다. 이슬람 문명이 발전하는데 있어서 종교와 뗄레야 뗄 수 없겠지만 이 둘을 서로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게 현상을 진단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통해서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수많은 편견들- “한 손엔 코란 다른 손엔 검”으로 대표되는 폭력성, 명예 살인과 같은 야만성, 후진성-을 바로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으나 정교일치의 교리만은 현대 사회에서 이슬람 세계가 발전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책에서는 '정교일치'를 “이슬람 역사 과정에서 형성된 당연한 이념이고 제도"라고 말하는데, 과연 당위로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 책에서도 다루고 있듯이 정교일치는 우마위야조가 킬라파제를 폐기하고 세습제를 도입하면서 사실상 무너진지 오래인데, 이를 되돌리려는 보수주의적 경향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가 싶다. “기독교는 장자, 이슬람교는 차자" 라고 나온 것처럼 양쪽 모두 유대교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라 현대 사회에 맞지 않는 유일신 종교 교리의 한계는 별 수 없어 보인다. 이러한 문제가 치명적인 것인지, 아니면 거시적으로 봤을때 충분히 극복 가능한 지엽적인 것인지, 이를 판단하기에는 문명이나 이슬람에 대한 이해가 일천한 듯 하다. 그러나 문명사에서 이슬람 세계가 남긴 족적은 아주 흥미롭다. 유럽이 암흑기에 있던 7~8세기에 그리스-로마 문화를 흡수 발전시켜 13세기에 유럽에 재수출 함으로써(p.22) 중세 유럽이 르네상스의 꽃을 피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 점은 이슬람에 대해 새로운 평가를 내리기에 충분하다. 그 외에 기억에 남는 구절을 몇개 뽑아봤는데 아래와 같다. 유럽 중심 사관에 의해서 이슬람이 유럽 중세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둔갑되었다(p.22) (역시 역사는 힘센 놈이 쓰는 대로.....) 동서 문명의 융합체인 헬레니즘 문명을 순수한 유럽 문명으로 착각, 기독교의 헤브라이즘 문명과 더불어 유럽의 2대 근간의 하나로 간주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p.24) 중동이 세계 화약고로 변모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냉전 기류가 이곳을 강타하면서부터.... 중동에 식민주의, 민주주의 대립을 초래하고.... 석유자원의 국제화로 인한 갈등, 주범은 종교가 아니라 정치이다. (p.30, 31) 알라의 베풂은 동일하나 개인의 의지와 능력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서 빈부 격차가 발생한 것 이슬람으로 개종하지 않아도 상관없으나 더 높은 세금을 내고 보호를 받아야 함. 이슬람으로 개종하거나 개종하지 않고 다른 종교를 믿으며 피보호민으로 살아도 되는 등 매우 관용적인 특징 그 외에, 이슬람의 장례를 설명하면서 하루만에 매장을 하고 관을 쓰지 않는다고 나오는데, 척박한 사막의 환경때문에 시신을 빨리 묻는게 아닌가 싶다. 관을 쓰지 않는 것도 나무가 귀해서가 아닐런지...( 예전에 차마고도 다큐를 보니 티벳에서는 조장(鳥葬)의 풍습이 지금도 행해지고 있는데, 험준한 돌산 지형이라 돌무더기를 헤치고 땅을 파기도 힘든데다 시신을 태울 나무도 별로 없다보니 시신을 돌로 빻아서 새에게 먹이는 장례 방식이 소개되었다.) 이 책 한편으로 이슬람 세계를 이해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겠지만 일반 대중의 편견을 바로잡는데에는 많은 도움이 되지 않나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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