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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그 아름다운 공화국 - 10점
송기숙 지음/화남출판사
어린 시절 방학때 시골 할머니집에 내려가면 동네에 우물이 하나 있었다.

여름, 겨울이면 서울에서 내려온 아이들이 아침마다 몰려다니면서 떠들고 노느라 동네 어귀가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우물가는 좋은 놀이터요, 할머니들에게는 새로운 일거리였다.

그 우물은 마을 사람들이 모두 사용하는 곳이었기때문에 돌을 던지거나 침을 뱉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짓은 용납될 수 없었지만 그 나이 또래 애들이 다 그렇듯이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서 하는게 인생의 즐거움 아니던가?

하지만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던가... 한 살 한 살 나이가 먹고 몸과 머리가 커져갈때마다 우물물은 점점 말라있었고 고등학교때인가, 우물이 막혀서 더이상 사용되지 않고 있었다. 이미 각 가정에는 상수도가 들어와 있었기에 마을의 젖줄이던 우물은 기능을 다한 셈이다.

이 후우물가에서 빨래를 하는 아줌마, 할머니들의 모습도, 닭을 잡아서 내장을 발라내는 모습도, 서울에서 내려와 우물가에서 장난을 치는 아이들도, 그걸 말리느라 막대기 들고 혼내는 할머니의 모습도 모두 사라졌다.

우물이 사라진 것, 그것은 단순히 우물만이 아니라 시골 풍경이 모두 함께 사라진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머리속 어딘가에서 곰삭고 있었을 어린 시절, 시골의 풍경이 하나 둘 세상 밖으로 나오는 듯 하다.

책에서는 암울한 근현대사의 길을 지나오면서 마을의 존재와 의미가 어떻게 사라져가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산업 구조의 변화로 인해 도시인들에게는 더더욱 낯설을 시골 마을의 풍경들, 수십년이 더 흐른 뒤에는 책의 표지에 써있듯이 "신화"가 될런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했던가.

'마을마다 호로자식 하나' 라는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Posted by ye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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